작곡가에서 PM으로, 음악 생성 기술의 혁신을 이끕니다.
코딩하는 작곡가, 작곡하는 인공지능 연구원. 포자랩스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본인의 직무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더 넓혀가는 사람들이요. 그뿐만 아니라 작곡가에서 PM, 비즈니스 매니저, 연구원으로 직무를 전환한 사람들도 있죠. 이들은 대체 누구일까요? 어쩌다가 직무를 전환했고,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작곡가에서 PM이 된 팀원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Q1.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효섭: 코어플랫폼팀 PM 김효섭입니다. 작곡가로 입사했지만, 1년 전에 PM으로 직무를 변경했어요.
Q2. 작곡가였는데 PM이 되셨어요. 계기가 있었나요?
효섭: 포자랩스에선 비개발자 대상 파이썬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요. 수업을 듣고 랜덤 그룹 구성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어요. 운영팀 동료가 매주 수요일 랜덤 식사 조 짜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었는데, 제가 만든 프로그램을 사용해 수고를 확 줄일 수가 있었어요. 기획과 개발에 흥미가 생겼던 것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작곡가로 작곡팀에 입사했지만, 작곡 외에도 해야 할 게 많았어요. 회사에서 개발한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를 다룰 줄 알아야 했고, 동료 간, 팀 간 업무 생산성을 높이려면 개인의 역량보다 시스템의 힘을 빌리는 게 훨씬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입사 2년 차가 됐을 무렵, 작곡, 개발 역량을 두루 갖춘 인력이 회사 내부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작곡 소프트웨어)을 맡아주길 원했는데, 제가 마침 적임자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작곡팀에서 ‘코어플랫폼팀'으로 팀도 옮기고, 본격적으로 PM 업무를 시작했어요.
Q3. 작곡가에서 PM이 되면서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효섭: 크게 세 가지가 달라졌어요.
- 작곡팀 업무를 하지 않아도 죄책감이 없다.
-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공식적인 업무가 되었다.
- 담당 경영진/팀장이 바뀌었다.
Q3-1. 작곡팀 업무를 하지 않아도 죄책감이 없다는 건 어떤 건가요?
효섭: 팀을 옮기기 전에 '내부 제품 스쿼드'를 운영한 적이 있어요. 다른 분들은 작곡팀 업무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저는 내부 제품 스쿼드 업무가 훨씬 많다 보니 작곡팀 업무는 도와줄 수 없었던 점이 굉장히 미안했죠. 근데 이제 팀이 바뀌면서 PM이 되고, 공식적인 업무가 되면서 환경이 딱 주어지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작곡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된 거니까.
그럼 작곡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으시는 거예요?
효섭: 그렇죠. 포자랩스에서 대략 23년 초까지 음악을 만들었고, 그 뒤로는 거의 안 만들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내부 기술이 어떻게 더 음악을 잘 만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작곡을 더 하고 싶진 않으세요?
효섭: 이제 저보다 잘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다들 너무 잘하셔서 저는 열심히 듣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요즘 포자 스튜디오의 사운드 클라우드를 틀어놓고 일하거든요. 작곡팀원들이 너무 잘해서 이제 제가 가도 갈 데가 없겠다 싶더라고요. (웃음)
Q4. 직무 변경으로 인한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효섭: PM 경험이 없어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려웠어요. 유튜브, 강의 등 PM 관련된 모든 것들을 엄청 많이 보고 듣고 공부했고요. 제가 책을 진짜 안 읽는 편인데, 책을 안 읽고는 도저히 뭘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책도 많이 사 읽으면서 나름대로 글로 많이 익혔죠.
또 다른 어려운 점은 작곡 외 개발이나 인공지능, 기획 관련 지식이 부족했던 점이에요. 기획은 글로 배웠고, 개발, 인공지능도 기본적인 지식만 있어서 각 지식들을 연결하는 게 어려웠어요. 업무를 하면서 궁금한 게 생기면 내부의 각 전문가에게 찾아가서 물어보거나, 리더와 1on1을 통해 적극적으로 길을 찾았죠. 카톡 오픈 채팅방, IT 매거진 같은 여러 플랫폼을 통해서도 지식을 습득하려고 했어요.
이러니저러니해도 결국 실제로 경험을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어차피 저는 PM의 시작 단계였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하면 배우고 성장하면 된다는 마인드 셋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Q5. 그래서 효섭님은 지금 어떤 일들을 하고 계세요?
효섭: 공개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아서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비즈니스 요구사항에 맞는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있어요. 개발자 없이 프리토타이핑을 통해 실험과 검증을 진행해요.
Q6. 직무 변경 후 조직 개편을 몇 차례 더 겪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셨을 것 같아요. 특히 각 팀장님마다 업무 스타일이 다를 텐데 효섭님이 생각하는 그들의 특징은 뭐가 있나요?
작곡팀 영웅님은 작곡가로써 배울 점이 굉장히 많았어요. 음악적 관점이라든지,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요. 피드백 방식도 본인의 의도를 확실히 잘 전달해 주는 방식이었어요. 음악적으로 봤을 때도 창의성을 굉장히 존중을 많이 해주셔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볼 수 있었죠. 다만 영웅님이 CCO인 만큼 외부로 나가는 음악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었어요. 퀄리티를 지켜내기 위해 많이 애쓰셨던 것 같아요.
동은님과는 코어플랫폼팀으로 시작해서 프로덕트팀까지 함께 했었는데요, 피드백도, 서포트도 진짜 많이 해주세요.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도,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요. 그냥 프로젝트 하나 던져주고 실제 경험을 통해 역량을 배로 끌어올릴 수 있게 도와주셨던 것 같아요. 던져주면 일단 하긴 하는데 정말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살짝 원망도 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래도 이 단계가 있어서 많이 성장했구나 싶어요. 그때 정말 많이 성장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다시 코어플랫폼팀에서 선웅님과 함께 하고 있어요. 선웅님은 제가 오너가 돼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줌으로써 책임감을 부여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게 되고요. 질문을 하면 답변도 그냥 해주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생각하셨냐' 아니면 '이거는 이렇게 하는 방법도 있고 저렇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게 좋을 것 같냐' 같이 스스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역으로 던져주세요. 약간 개발자 마인드인 것 같은데, 백엔드 엔지니어 주완님도 그런 식으로 대화가 이뤄지거든요. 근데 이제 개발 쪽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사고가 PM한테도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왜?'를 찾는 순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더 명확해지다 보니까 그런 것들은 저도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6-1. 업무를 하다 보면 '최상 선택을 내리고 싶은데 잘 모르겠어. 그냥 누가 결정해 줬으면 좋겠어!' 싶을 때가 있진 않으세요? 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
효섭: 많죠. 그럴 땐 팀에 PM이 여럿 있으니까 서로 공유하고 물어봐요. PM 2명, TPM 1명 이렇게 총 3명이 있고 각자의 프로젝트를 맡고 있지만 사실상 어느 정도 다 연결이 되어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관련 내용을 대략 알고 있고 연결성이 있다 보니 서로 많이 물어보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에 있어서 1, 2, 3안이 있다면 팀의 다른 PM분들한테도 공유하고 같이 얘기를 해보는 편이에요. 저희는 매주 PM들이 서로 공유하는 미팅 자리를 가지고 있어요. 각자 고민이 있다면 그 자리에 선웅님을 포함해서 같이 얘기하기도 하고요.
저는 옆자리가 선웅님이라 그냥 바로 '이런 고민이 있어요. 어때요?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물어보기도 해요. 예전에는 혼자 끙끙 앓으면서 이런저런 고민 다 해보고 했는데, 이젠 그냥 어느 정도 방안이 나왔으면 일단 빨리 물어봐가면서 하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맞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 부분을 잘 조율해서 어떻게 하면 될지 잡히더라고요.
Q7. 작곡가로 활동했을 때 개인적으로 하셨던 작품들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효섭: 국내 영화로는 오달수, 정우 주연의 “이웃사촌”, 류승룡, 김희원, 오나라 주연의 “장르만 로맨스”에 참여했어요. 해외 영화로는 왕대륙,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더 루키스”, 서기, 루한(전 EXO 멤버) 주연의 “상해보루”에 참여했고, 경주세계 문화 엑스포의 “인피니티 플라잉”처럼 국내 공연에도 참여했습니다.
Q8. 돌아보니 포자랩스에서 정말 많은 일들을 겪으신 것 같아요. 게다가 효섭님은 재직 중에 아빠가 되셨는데, 육아와 일을 병행하시는 것은 어떤지?
효섭: 사실 아내가 많이 고생하고 있죠. 그래도 재택근무, 심지어 시차 출퇴근제도도 있어 굉장히 도움 됩니다. 필요하면 아침에 병원 갔다가 늦게 출근할 수도 있고, 원격근무가 있다 보니까 급할 때 아내 대신 잠깐 아기를 봐줄 수 있는 점도 좋고요. 집에서 원격 근무하고 있으면, 요즘은 아기가 거의 뛰듯이 걸어 다니기 시작해서 방에 막 들어오려고 해요. 귀엽지만 어쩔 수 없이 문 닫고 일해요. 아내가 '아빠 과일 갖다주세요' 하고 포크에 찍어주면 아기가 갖다주고 그러기도 하고요.
이외에도 자유로운 연차 사용이 가능해서 나들이를 가기 좋고, 돌봄 휴가 사용해서 아이 병원도 다녀올 수 있는 등 많은 복지 시스템으로 인해 육아와 일을 병행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아침에는 일찍 나오느라 얼굴을 못 보고 출근하는 경우가 많고, 대신 최대한 일찍 퇴근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사무실에서 퇴근하면 가끔 아내, 아기, 강아지까지 온 가족이 마중 나와서 같이 집에 갈 때 엄청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