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를 '그럴싸하게' 만듭니다. 콘텐츠 디자이너 심재인
에디터스 코멘트
아이가 태어난 지 꼬박 1년이 되면 돌잔치를 합니다. 1년 동안 무탈하게 잘 자라준 아이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함입니다. 돌잡이도 하지요. 아이는 여러 가지 물건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잡고, 이를 통해 아이의 장래를 점쳐봅니다.
문득, 회사에도 돌잔치가 있다면 어떨지 생각해 봤습니다.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1년 동안 수고해 주신 데 감사를 표하고, 구성원들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점쳐 보기 위함이지요.
그래서 입사 1주년을 맞은 포자랩스 구성원들과 잠시 시간을 내어 수다를 떨어 보았습니다. 이들은 1년 동안 얼마나 성장했을까요? 그리고 어떤 미래를 그려 나가고 있을까요?
Q1. 어떤 일 하는 누구인가요?
안녕하세요, 콘텐츠 그래픽 디자이너 심재인이에요. 비오디오와 신규 서비스 LAIVE의 그래픽 자료를 만들고 있어요. 어떤 시각 자료가 사용자의 편의를 돕고, 서비스의 사용성을 높일 수 있는지 연구해요. 입사는 작년 11월이었으니 꼬박 1년 되었어요.
Q2. 1년 전 입사 포부 기억하세요?
사실 포부가 그리 크지는 않았어요. 삶의 의미를 회사 밖에서 찾으려 했거든요. 이렇다 할 포부 없이 회사 생활을 시작해서 그런지 지난 1년 동안 마음이 좀 힘들었고요.
1년 동안 여러 동료들과 일했어요. 기획자, 개발자, AI 연구원 등 하는 일도 다양했어요. 각자의 쓸모를 한데 모아 ‘AI 음악을 만든다’라는 과제를 차례차례 해결해 나가는 동료들을 보며 그간 생각이 많이 바뀌었는데요. 전문가가 되고 싶어졌어요. 누군가 콘텐츠 디자인 관련 질문을 해오면, 즉문즉답이 가능한 전문가 말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내 일만 잘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 안 해요. 큰 그림을 파악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모르는 게 생기면 그게 무엇이든 동료들에게 물어봐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달까요. 아는 만큼 근거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으니까요. 없던 포부가 생긴 셈이죠. 이제는 제 쓸모를 동료들에게 더 많이 내어 드리고 싶어요.
Q3. 그동안 무슨 일 하셨어요?
주로 비오디오 앨범 커버 디자인을 했어요. 입사 3개월 지나고 비오디오 유튜브 채널도 관리했어요. 인스타그램 채널도 개설해 운영했지만, 기획이 탄탄하지 못해 중간에 포기한 적도 있어요. 지금은 올 1월 출시 예정인 AI 음악 창작 서비스 LAIVE의 일러스트 작업도 하고 있어요.
Q4. 많이 발전하셨어요?
입사 초기에는 수동적으로 일했어요. 앨범 커버 디자인 기획을 서비스 기획자와 작곡가가 했거든요. 시안을 10개씩 만들어 보여드리고, 최종 디자인 선정되면, 작업은 그걸로 끝났어요. 그러니 호응 얻을 디자인이 뭘지 예단해 작업하게 되더라고요. 왜 이렇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이유나 논리는 고려하지 않았어요. 피드백도 어떻게 주고받아야 할지, 체계를 만들 생각도 하지 않았고요.
지금은 제가 기획을 주도하고 있어요. 마음을 고쳐먹었거든요. 기획이 탄탄한 디자인은 시안을 10개씩 만들 필요가 없어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반대로 기획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고요. 선순환인 거죠. 그러니 점점 더 능동적으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어요. 디자이너가 4명으로 늘었고, 디자인 파트도 생겼어요. 피드백을 주고받으려고 체계를 만든 거죠. 돌아보니 참 많이 발전했네요. 정신력도 단단해진 것 같고요.
Q5. 고민도 많았을 텐데요.
과연 난 성장하고 있는 걸까 불안했어요. 올해로 직장 생활 4년 차인데도,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부족한 것은 회사 밖에서 채우려 했고요. 사실 몰랐어요. 회사에도 배울 게 있다는걸, 알려줄 동료가 많다는걸요. 그래서 지금은 동료들에게 많은 걸 물어보고, 배우고, 고민을 나누며 의지하고 있어요. 1년 사이 회사가 성장해 디자이너가 4명이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직무가 같으니, 고민의 종류나 크기가 비슷하거든요. 고민을 나눌 수 있어, 안정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동료들 덕에 충만한 기분도 들고요.
Q6. 1년간 겪은 회사 어땠어요?
자유로워요. 사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유로운 것 같아요. 강압적인 업무 지시나 독단적인 의사 결정도 없고요.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나만의 방식으로 ‘전체’에 기여하는 게 포자랩스 방식 같아요.
소극적인 사람들에겐 안 맞을 수도 있어요. 저도 입사 초기에는 꽤 당황했던 기억도 나요. 어떤 걸 해야 할지, 그래서 어떻게 기여해야 할지 파악 못하고 갈피를 못 잡았던 적이 있었어요.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을 때 “이런 거 해보면 어때?”라고 동료들이 방향을 잡아 줬어요. 그리고 제가 성장할 때까지 다시 기다려 줬고요. 운이 좋았죠. 마음씨 넓은 동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거 말이에요.
지난 1년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감사했던 건 기다려 준 사람들이에요. 조용하게 신뢰를 보내준 동료들이요. 포자랩스에는 그런 동료들이 참 많아요.
Q7. 새로 생긴 디자인 파트도 설명해 주세요.
디자이너 4명이 모인 디자인 파트가 있어요. UIUX 2명, BX 1명, 콘텐츠 디자이너 1명으로 구성된 파트예요. 거기서 디자인 결과물의 피드백을 주고받아요. 각자의 언어로, 솔직하게, 두루뭉술하지 않게 의견을 내요. 무엇이 좋은지, 혹은 나쁜지,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요. 물음만 던지고 끝내지 않고, 개선 방법도 다 같이 모색해요. 감정이나 취향은 모두 내려놓습니다. 대신 이유나 논리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고요. 그러니 의사소통할 때 길을 잃지 않더라고요.
Q8. 지난 1년 동안 회사에는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회사가 커졌어요. 올해 초 더 큰 곳으로 이사 왔거든요. 회의실도, 녹음실도 몇 개씩 더 늘어났고요. 예전에는 원길 님 옆자리에 앉아 일했는데, 이제는 먼 곳으로 가버리셨죠.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는 것 같아 내심 섭섭하기도 해요.
규모가 커진 만큼 회사도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어요. 운영팀도 신설되었으니 그 덕도 있을 거구요. 향도 바뀐 것 같아요. 우스운 이야기지만 쿨워터 향이 좀 난달까요? 프로페셔널한 향이 나요. 분위기에 맞춰 사람들도 점점 프로의식을 갖고 일하는 것 같아요. 모두 제 몫을 다 해내려고 노력하는 게 보여요. 덩달아 저도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구요.
Q9. 회사에서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요?
녹음 부스요. 혼자 집중해서 일해야 할 때도 좋고, 종종 미팅도 하거든요. 미팅하는 척하고 가끔 놀기도 하고요. 방음이 잘 돼서 그런지 조용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우주에 있는 것 같아요.
Q10. 재인님의 미래를 점쳐볼까요? 돌잡이로 어떤 물건 잡고 싶으세요?
백과사전이 좋겠어요. 대신 크기가 좀 작은 미니 사전이요. 전문가가 되고 싶거든요. 누군가 그래픽 관련 문제를 겪고 있다면 제가 해결하고 싶어요. 제게 질문하면, 믿음직한 답변을 주는 해결사 말이에요. 몇 년이 더 지나면, 사전의 두께도 크기도 더 커져 있는 심재인이 되어 있겠지요. 그리고 동료들이 그 사전을 많이 찾아주고, 사용해 줬으면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