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에서 PM으로, AI가 이롭게 쓰이도록 주도합니다.

코딩하는 작곡가, 작곡하는 인공지능 연구원. 포자랩스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본인의 직무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더 넓혀가는 사람들이요. 그뿐만 아니라 작곡가에서 PM, 비즈니스 매니저, 연구원으로 직무를 전환한 사람들도 있죠. 이들은 대체 누구일까요? 어쩌다가 직무를 전환했고,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작곡가에서 PM이 된 또 다른 팀원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작곡가에서 PM으로, AI가 이롭게 쓰이도록 주도합니다.

Q1. 자기소개 해주세요.

우성: 포자랩스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우성입니다. 음악을 좋아해 보컬과 작곡을 배웠고, 대학에서는 뮤직 테크놀로지를 전공했습니다. 포자랩스 합류 전에는 프리랜서 작곡가와 실용음악 학원 강사로 일했어요. 취미는 클라이밍으로, 포자랩스 첫 동호회인 우상향📈 클라이밍 동호회에서 회장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요가와 러닝에도 도전 중이에요. 그리고 직접 구조한 10살 푸들 ‘코코’의 견주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본가에서 부모님이 함께 돌보시지만 코코는 저를 가장 좋아한답니다.

Q2.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우성: 현재 신사업팀에서 프로덕트 매니저(PM)로 일하고 있습니다. 신사업팀은 기업 고객과 직접 만나 포자랩스의 기술력을 알리는 팀이에요. 포자랩스의 핵심 기술을 API 형태로 B2B 고객사에 제공하는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포자랩스에서 쌓아온 기술 이해도와 작곡가로서의 경험을 결합해, 기업의 니즈에 맞춰 기술을 빠르게 제품화하고 있어요. 필요하다면 직접 작곡도 병행하면서 고객 가치와 사업 기회를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죠.

Q3. 지난 상반기에 작곡가에서 PM으로 직무가 변경되었는데, 변경된 계기나 배경이 있나요?

우성: 3년 가까이 작곡가로 일하던 올해, 회사에서 팀을 대규모로 재정비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그때 신설된 신사업 팀으로의 이동을 제안받았습니다. 제가 가진 프로세스와 기술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작곡 도메인 경험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죠. 처음에는 평생 작곡만 해온 제가 비즈니스 팀에서 일한다는 게 막연해 거절했지만, 며칠간 고민한 끝에 감사한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그 후 비즈니스 관련 서적과 강의를 찾아보고, 출퇴근길에는 시장 분석과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했어요. 신사업 팀에 온 후 팀원들과 함께 LLM*을 활용한 텍스트 기반의 음악 제작 프로덕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점점 제품 개발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0에서 1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신사업팀 합류 초기에는 작곡가로 일했는데, 일하다 보니 PM 역할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고요.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기에 대표님께 직무 변경을 요청했고, 그 결과 PM으로 일하게 되었죠.

*LLM: Large Language Model. 텍스트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특화된 인공지능 모델.

Q. 작곡을 더 하고 싶지는 않으세요?
우성: 저는 항상 스스로 흥미를 느끼며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추구하고 있어요. 음악을 시작한 이유도 그랬고, 현재 PM 업무에 매진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다시 작곡에 끌린다면 그때 하면 되죠. 지금은 PM 업무가 더 재미있고 매력적이라 여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4. 직무가 변경되며 이전과 달라진 점이나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우성: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가장 먼저, 제가 스스로 몽상가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신사업팀은 고객 니즈를 빠르고 정확히 파악해 매출을 창출해야 하는데, 저는 머릿속의 수많은 아이디어를 모두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 컸어요. 고객이 원하는 것과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을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로,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저는 원인과 결과가 명확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세상 사람들은 ‘그냥’ 하는 행동이 많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무의식적 동기나 습관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품을 만들어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더라고요.

처음 내부 작곡가들을 대상으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한 적이 있는데,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 사용해보지도 않고 외면했어요. 이유를 물으면 ‘그냥’이라 답했지만 실제 원인을 알아본 결과, 높은 진입장벽(복잡한 사용법)과 매력적이지 않은 첫인상이었습니다.

다행히 회사 내 다른 PM분들에게 노하우를 배울 기회가 있었어요. 그리고 신사업팀 팀장이자 대표인 원길님의 조언, 팀원들의 믿음 덕분에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많이 배우는 중이고, 즐겁게 성장하고 있어요.

Q.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우성: 많은 신입 PM들은 종종 고객 관점에서 제품을 바라보지 않는다고 해요. ‘이 정도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이 가격이면 지불하겠지’ 같은 막연한 가설에 빠지기 쉽죠. 물론 저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마트에서 움직이는 동선, 온라인 쇼핑 시 검색어 선택, UI 사용 편의성, 가격 민감도 등 제가 소비자로서 무의식적으로 하던 행동들을 돌아보며, 제품 기획과 비즈니스 제안에도 이런 통찰을 적용하려 노력 중이에요.

Q5. 인터뷰 핵심 주제인 '직무 변경'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지만, 우성님은 포자랩스 내에서 노션 박사로 유명하잖아요. 노션 박사가 된 배경이 있나요?

우성: 조직 개편 전에는 작곡팀이 네 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었어요. 저는 작곡팀이었을 때 샘플 관리 파트장으로 일했는데, 하루에도 수백 개씩 제작되는 샘플 관리는 혼란 그 자체였어요. 어떤 장르의 샘플이 부족하고 많은지 파악할 수 없었죠. 생산성이나 병목현상을 전혀 집계할 수 없어 분기별 회고 때마다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히 어떤 샘플을 만들었는지 기록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노션으로 구축했어요. 데이터가 쌓이자 샘플 분포 파악이 가능해졌고, 부족한 샘플을 추가로 수급해 편향 없는 인공지능 학습 환경을 만들 수 있었어요. 이 경험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아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 큰 희열을 느꼈던 것 같아요.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하고 깨닫게 되었죠.

이후 필요한 모든 문제에 대해 솔루션을 고민하고, 노션으로 직접 구현하기 시작했어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생산성 지표, 병목현상, 분기별 변화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사내에서 노션을 가장 잘 다루는 사람으로 '노션 박사'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어요. 지금은 저보다 노션을 더 잘 활용하는 분들도 많아요. 저도 종종 그분들에게 배우고 있습니다.

Q6. 노션 외에도 업무를 위해 더 확장하고 있는 영역이 있나요? 요즘 코드도 보실 줄 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우성: 노션을 통해 문제 해결에 흥미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코딩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입사 초기에 원길님(CEO)과 태현님(CSO)이 파이썬을 가르쳐 주셨는데, 솔직히 그 당시에는 ‘작곡가인 내가 코딩을 왜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3주 동안 파이썬을 설치조차 하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었고, 미디 데이터 JSON* 파일을 쉽게 다뤄보고 싶어 파이썬을 다시 바라보게 됐습니다. 목적이 생기니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어요. ChatGPT 등의 도움 덕분에 궁금한 점을 끝까지 파고들며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개인적인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해 봤어요. 코인 거래소의 API로 24시간 자동 코인 매매 봇을 만들거나, 매일 아침 날씨와 뉴스를 크롤링 해 모닝콜 서비스를 만들고, 자취방을 스마트홈으로 꾸며보기도 했죠. 회사에서는 AI 관련 뉴스를 모아 사내 슬랙 공지 채널에 공유하고 있는데, 요즘엔 이걸 자동화해볼까 고민 중이에요. 아직은 귀찮아서 미루고 있는데, 직접 뉴스를 찾아 읽고 링크를 거는 게 더 귀찮다고 느껴지는 순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음)

*JSON : JavaScript Object Notation.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텍스트를 사용하여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데이터 공유를 위한 개방형 표준 파일 형식.

Q. 코딩을 할 줄 알게 되면서 업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나요?
우성: 개발자분들과 대화할 때 훨씬 수월해졌어요. 비 개발 직군 출신의 PM이라 개발자님들의 외계어가 낯설어 의기소침해지던 때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기본 개념과 프로세스를 어느 정도 이해해 소통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공부할 예정입니다.

Q7. 포자랩스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요?

우성: 회사의 성장과 제 개인의 성장을 함께 이루고 싶어요.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만한, 분야를 대표하는 프로덕트를 만들어 회사 매출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재다능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작곡이든 PM 업무든 뭐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해 인정받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PM 역량 강화를 위해 B2B 세일즈 강의를 보고, 데이터 애널리틱스 자격증을 공부하고, 영어도 배우고 있어요. 성장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Q8. 마지막으로, AI가 창작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작곡가 출신 PM으로서 이 부분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우성: 저는 기술이 반드시 인간에게 이로운 ‘도구’로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면 지금 시중의 기술들은 도구가 아닌 대체제로 쓰이고 있고, 그래서 해당 분야의 종사자들이 반감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포자랩스는 대체하는 걸 만드는 게 아니라, ‘도구’를 만든다는 점이 참 좋아요. 기술 발전이라는 대의 속에서도 창작자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포자랩스에서 일하는 저는 누구보다 실감하고 있고요. 저는 창작자로서, AI 개발 과정에서 저작권과 윤리적 기준이 철저히 준수되도록 주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음악 산업 내에서 인간 창작자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