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작곡가는 왜 AI 회사에 들어갔을까] 배승혁 K팝 작곡가

포자랩스 AI 음원 장르는 무궁무진해요.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준비를 마친 거죠.

[그 작곡가는 왜 AI 회사에 들어갔을까] 배승혁 K팝 작곡가
여기, 인공지능이 곡을 써주는 AI 회사에 들어간 수상한 작곡가들이 있다.

자기 밥그릇이 빼앗길 지도 모르는 적진에서 이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변절자라며, 동료 창작자에게 놀림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AI 저작권을 인정해 주면, 이들의 운명은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왠지, 이들 수상한 작곡가들이 답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비즈니스 매니저 배승혁입니다. 작곡가로 입사했고, 지금은 AI 음원 판매 전략을 짜는 비즈니스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회사 밖에선 K팝 작곡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어떤 일 하셨어요?

크게 2가지인데요. AI 학습 음원 데이터를 만드는 일과 AI 모델이 올바르게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구조를 짜고, 규칙을 만드는 일이에요.

회사가 자체 제작한 midi 데이터만 AI에 학습시키잖아요. 4년 전만 해도 음원 데이터가 정말 부족했어요. 음원 품질 개선을 위해 데이터 확보가 급선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입사 이후 한참 동안 프리랜서 작곡가를 고용하고, 차근차근 여러 장르의 음원 데이터를 모으는 데 시간을 썼어요.

지금은 AI 음원 세일즈 일을 하고 있어요. AI 음원이 필요한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납품한 음원의 권리 해결하는 일까지 맡고 있어요. 포자랩스엔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광고, 여러 업계 음악을 만든 작곡가들이 있어서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아요. 세일즈 업무는 처음인데,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승혁 님은 회사 원년 멤버 중 한 명이에요. 입사 초기와 비교했을 때 현재 포자랩스 음원은 무엇이 얼마큼, 어떻게 개선되었나요?

장르가 다양해졌어요. 4년 전만 해도, 뉴에이지, 시네마틱, 칠드런, 이 3가지 장르 음원만 생성할 수 있었거든요. 지금은 거의 모든 장르 음원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 그만큼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준비를 마친 거죠.

예를 들면, 초창기엔 못갖춘마디를 활용한 음원 생성 자체가 불가능했어요. 당연히 곡의 구조도 단조롭고, 기승전결도 형편없었어요. 지금은 가능하고요.

입사 전엔 작곡가와 래퍼로도 활약하셨어요. 포자랩스 입사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어요. 잠시 연습생 생활도 했고요.

군 전역하고 작곡가로 입봉을 했어요. 처음 곡을 판 게 윤지성(워너원) ‘바람 같은 너’였는데, 멜론 차트인을 했어요. 그다음엔 시크릿 넘버 ‘Tap’이라는 곡도 팔았는데, 아이튠즈 차트에서 1등도 하고, 벅스 종합 차트 1위도 했어요. 이후에도 김종현(뉴이스트), 장우혁, 로켓펀치와도 작업했어요.

이후에도 여러 아티스트와 곡 작업을 했고, ‘오션 블루’라는 힙합팀으로도 활동했지만, 생각만큼 잘 풀리진 않았어요. 지속 가능한 음악 활동을 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 포자랩스 채용 공고를 봤어요. ‘정규직’ 작곡가를 채용하는 곳은 거의 없는데 신기하더라고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음악을 만드는 거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최근 섹시 레드, 메트로 부민의 ‘AI 샘플링’ 곡이 화제였습니다. AI 기술을 활용한 음원이 정식 발매로 이어지고, 대중의 인기를 얻고, 저작권 수익도 나눠 갖은 의미 있는 사례였어요. 실제 K팝 작곡가들이 AI 기술 활용에 얼마큼 관심 가졌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젊은 작곡가들이 AI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작곡’ AI 제품을 사용하는 건 거의 못 봤어요. 프로 작곡가들이 바로 쓸 만한 제품은 아직 없다는 것 같아요. 되려, 가이드 보컬 녹음할 때 ‘AI 보컬’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거든요. 곡 피칭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실제 사용자들의 중론이고요.

“작곡가는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실제로 위협을 느끼시나요?

아직, 프로 작곡가가 인공지능을 ‘위협’이라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대중음악은, AI 생성 음악이 인간의 작곡 수준에 많이 못 미치거든요. 다만, 기능적인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는 위협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어요. 이를테면, 배경음악 작곡가나 스튜디오의 막내 작가들 말이에요. 분명 인공지능 생성 음원이 빠르게 시장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곡가로서 인공지능 회사에 다니며 정체성 혼란을 느꼈던 적은 없나요?

만약, 포자랩스가 아티스트의 음원을 허락 없이 사용했다면, 아마 오래 못 버티고 퇴사하지 않았을까요? 포자랩스는 자체 구축한 음원 데이터만 사용하니, 아티스트와 창작물이 존중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곡가 입장에선 고마운 마음을 갖고 회사에 다닐 수 있죠.

만약 한 AI 음악 서비스가 승혁 님의 음악을 허락 없이 학습했다면, (행정적으로) 어떻게 대처하실 건가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고, 보상을 요구할 거예요. 그건 정말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AI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료 대중음악 작곡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기술 발전의 특혜를 가장 많이 얻은 업계가 바로 음악인데요. 바이닐에서 테이프로, CD로, 디지털로. 녹음 환경이 많이 발전했잖아요. 기술의 발전은 시장을 더 확장시킬 거예요. 그럼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날 테구요.

인공지능이 작곡가를 모두 대체할 거라고 지나치게 걱정하기보다, 기술을 어찌 활용해 새롭게 창작할지 고민해 보는 게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