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수면음악. 한 번 들어보실래요?

최근 포자랩스는 피아니스트 윤한 님과 함께 수면 음악 [Dream Scape]를 제작해 지난 2월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수면 음악 제작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하시죠? 이를 알아보기 위해 포자랩스가 윤한 님을 인터뷰했습니다.

AI가 만든 수면음악. 한 번 들어보실래요?

[Dream Scape]
어떤 앨범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2018년부터 수면음악을 연구했어요. 지난 5년 동안 축적한 수면음악 작곡 알고리즘을 포자랩스에 제공해 AI에게 학습시켰고, 그렇게 저(윤한)와 AI가 합작한 수면음악 프로젝트 앨범입니다. 총 10개 트랙으로 구성된 앨범이에요.

처음 포자랩스를 알게 되었을 때 AI의 작곡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반신반의했는데, 결과물을 보고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곧장 제가 직접 러브콜을 보내 약 반년 동안 작업해 탄생시킨 앨범이에요. 발매는 지난 2월 7일에 했고요. 

기존에 발매한 6장의 수면음악 앨범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물론 작곡의 주체가 AI라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에요. 

사실 저는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아직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감과 창조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이렇게 제 이름을 걸고 AI가 작곡한 음악을 세상에 내놓는 데는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Dream Scape] 앨범을 발매한 이유는 수면음악이라는 장르 특수성 때문이에요. 저의 수면음악은 인간의 영감을 기반으로 만든 음악이 아닌 철저한 계산을 바탕이 된 음악이에요. 조성, 박자, 길이 모두 정확한 계산을 통해 만들거든요. 컴퓨터가 작곡한다면 정확성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은 기존에 발매한 [Sleeping Sciene]나 [MEL SOMNUS]보다 더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진화된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직접 작곡할 때는 넣을 수 없었던 세타파까지 추가했으니, 2세대 수면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겠고요.

AI 작곡가와의 첫 번째 협업인데요,
간단하게 소회를 말씀해 주신다면?

데이비드 호크니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예술가입니다. 순수 회화로 예술 활동을 시작한 그는 사진기가 나왔을 때는 사진 작업을, 컴퓨터가 나왔을 때는 컴퓨터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었어요. 심지어 그의 나이 80세가 넘었을 때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는 아이패드를 활용한 작품 활동을 펼쳤어요.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그의 예술 활동에 도입한 거예요. 그럼에도 그는 "가장 뛰어난 것은 순수 회화"라는 기조를 지키며 예술가로서의 중심을 지켜 나갔어요. 

데이비드 호크니 / 출처: The Independent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 역시 예술가로서 ‘AI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의구심이 있었어요. 이는 AI에 대한 불신이나 아쉬움이 아닙니다. 다만 예술가로서 스스로의 창작물을 존중하고, 예술가의 영감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 태도는 잃지 말아야 할 자부심이자 근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포자랩스와의 이번 협업은 저에게 끝없는 놀라움을 선사했고, AI를 “파트너"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 수면음악 알고리즘과 저의 스타일까지 정교하게 학습한 AI는 그야말로 놀라운 결과물을 창조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작곡가로서 1차원적 노동이 줄어들어 편안한 작업이기도 했어요. 

2진법으로 표현한 곡 이름이 독특해요
어떤 의미인가요?

보통은 곡을 쓸 때 떠오르는 느낌들을 한 단어로 표현해 곡 제목을 정해요. 그런데 이번 음반은 제가 직접 연주한 게 아니고 프로듀싱과 디렉팅에 참여한 음악이었기 때문에 곡 제목을 어찌 정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멋진 단어들로 제목을 정할 수도 있었지만, AI와의 협업 사실을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컴퓨터 언어라고 불리는 이진법을 떠올렸어요. 마침 DREAM SCAPE도 10글자, 곡도 10곡이었기에 각각의 알파벳을 이진법으로 변환하여 곡 제목을 짓게 되었어요.

타이틀 곡은 알파벳의 첫 글자 A를 의미하는 '1000001'로 정했어요. AI와 첫 협업을 기념하기 꽤 멋진 이름이라 생각해요.

출처: 그릿뮤직 인터내셔널

윤한 님, 마지막으로
이후 활동 계획도 궁금해요

지난 15일에 새 앨범을 발매했어요. [PORTRAIT]라는 피아노 소품집 앨범이에요. 
23년 동안 음악 활동을 하다 보니 시선이 개인에서 사랑으로, 가족으로, 그리고 세상으로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더라고요. 이번 앨범은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지구 반대편에 아프리카 난민들, 그리고 인류애를 주제로 담고 있어요. [Dream Scape] 그리고 [PORTRAIT] 앨범 모두 많은 사랑 부탁 드려요.

[Dream Scape] 앨범 듣기

'PORTRAIT' 뮤직비디오 보러가기